단감주(와인) 만들기 - 4. 2차 거르기, 병입
단감주 만들기 네 번째
2022.11.07 - [잡다한 주류지식] - 단감주(와인) 만들기 - 1. 발효 시작
2022.11.08 - [잡다한 주류지식] - 단감주(와인) 만들기 - 2. 숙성 중간 점검
2022.11.14 - [잡다한 주류지식] - 단감주(와인) 만들기 - 3. 과육 거르기
단감주는 과육을 거른 상태로 2차 숙성을 1주일간 진행했다.
하지만 걸쭉한 느낌이 있었기에 2차 숙성 후 작은 과육까지 걸러주는 작업을 했다. 나는 먼저 면 보자기를 이용해 걸렀다.
면 보자기는 한 번 삶은 후 말렸고, 스텐 깔때기는 뜨거운 물을 이용해 소독한 후 사용했다.
면 보자기가 더 촘촘하기 때문에 작은 과육을 걸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사용했다.
과육 거르기
냅다 들이 부어서 걸러지는 것을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면보자기는 너무 촘촘한가 보다.. 한두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게 아주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직접 꾹꾹 짜주면서 걸렀다.
미세하게 작은 과육까지 다 걸러내니 양이 많이 줄었다.(...)
2번째 까지 걸렀음에도 아직 끈적끈적한 느낌은 남아있었다. 마치 감을 곱게 갈아놓은 듯한 느낌이다. 찌꺼기가 많은 듯했다. 따라서 냉장고에 넣어서 무거운 물질을 침전시켜 맑은 부분만 떠보고자 1주일을 더 놔두었다.
침전물 제거
4일차에 중간 점검차 보았더니 침전물이 많이 생긴 것이 보인다. 상대적으로 단감주가 점점 술처럼 보이는 것 같다.
1주일 차.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이제 위의 액체만 살짝 뜨면 될 것이다.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는데 먼저 커피 필터를 이용해 윗술을 내려봤다. 이게 단감주의 당도가 높아서인지, 발효를 더 시켜야 했는지 끈적끈적한 액체로 남아있어 커피 필터를 잘 통과하지 못했다.
점점 단감으로는 왜 술을 담그지 않는지, 출시된 술 종류가 몇가지 안 되는지 점점 알 것 같았다.
필터터로 내려오는 술도 물처럼 흐르는게 아니라 찐득한 액체처럼 주르륵 흐르는 느낌이다.
한참을 거르다 필터 안에서도 침전물이 아래로 깔리기에 살짝 기울여서 윗부분만 따라내는 것으로 찌꺼기 거르기까지 했다.
과하주 거르기
남은 과육에 16.9도 소수를 넣어 주정강화 단감주도 과육을 걸러주었다. 도수가 높지 않아서 그런지 효모가 활동해 기포가 생겼기에 하루 한 번씩 뚜껑을 살짝 열어주어 기체를 빼주었다. 3주간 숙성을 진행했다.
주정강화 단감주는 저번처럼 꾹꾹 짜내지 않고 체에 놓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술만 담았다.
단단했던 감이 몇개 있었는데 아직도 과육이 남아있더라. 만약 단감주를 만들고자 한다며 무른 감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홍시가 되어가고 있는 감.)
남은 과육은 끓여서 잼으로 만들어 먹어도 될 것 같다. 나는 과육이 아깝지만 너무 수고로워서 잼까지는 만들지 않았다.
완성된 단감주, 주정강화 단감주
이렇게 완성된 단감주와 주정강화 단감주이다.
단감주의 도수는 도수계가 없어서 정확하게 측정은 어렵지만, 그간 마셔봤던 술과 비교하면 10도 초반 정도로 느껴진다.
주정강화는 소주가 들어갔고, 추가 발효가 일어났으니 16도 정도 될 것 같다.
총 5주, 단감 17개를 이용해 단감주를 만들었는데 딱 두병 나왔다.(^^...) 그나마 한 병은 1차 발효 후 주정을 넣은 과하주라 단감의 발효주가 아니다.. 이래서 술을 비싸게 파는구나라고 또 한 번 깨닫는다. 물론 주세의 기여도 크겠지만 말이다.
특히 가장 힘들었던 것이 단감 과육을 거르기다. 무른 단감 즉 홍시의 과육이 점성이 높지 않은가. 그래서 맑고 투명한 액체로 뽑아내는 것이 너무 어렵다. 지금 숙성 중인 막걸리는 술이 뜨는 게 찰랑찰랑하게 보인다. 그런데 단감주는 항상 끈적끈적한 상태를 유지한다. 당도가 높아서도 그러겠지만, 과육의 특성인 같기도 하다. 따라서 당도를 줄인 술을 얻으려면 발효기간을 길게 해야 하는데, 그럼 감식초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아서.. 참 어려운 술이다.
맛 평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감주의 맛은..
달콤 시큼한 술은 술인데 뭔가 산미가 많은 매실액을 먹는 듯한 그런 맛이다.(감식초가 되어버린 건가..)
원액 상태인 것 같아서 차게 만든 다음 물이나 도수를 높이고 싶다면 소주에 타 먹으면 먹을만할 것 같다. 아직 찐덕한 질감이 남아있어 그냥 마시기보다는 조금 희석해 마시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주정강화 단감주도 도수만 높지 단감주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주 달달한 단맛과 강한 산미가 코와 입을 찌른다. 주정을 넣어 효모가 당분 분해를 잘 못한 것인지 단맛은 더 남아 있었다.
그런데 두 가지 술 모두 산미가 너무 강하다. 산소 차단이 덜 되었는지 발효 환경이 좋지 않았는지 술과 식초 중간에 위치한 액체가 만들어 진 것 같다.
와인류는 장기 숙성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두고두고 마셔보다가 맛이 좋아지면 다시 글을 남겨보겠다. (길면 1년씩 숙성한다고..) 거르자마자 소량씩만 마셔본 것이고, 안정되지 않은 맛일 수 있기 장기 숙성 후에 맛을 기대해보겠다.
마무리
단순 호기심 + 단감의 재고 때문에 시작한 단감주 만들기는 개인적으로 반 정도의 성공 같다. 술을 담그면서 발효주에 관해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단감으로는 술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고(..), 발효주, 과실주, 과하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만드는 것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맛 부분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였기에 반만 성공이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맛이라.. 그냥저냥 이색적인 술을, 난생처음 맛보는 술이라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