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 막걸리 거르기
2022.11.15 - [잡다한 주류지식] - 막걸리(삼양주) 1편 밑술 담그기
2022.11.16 - [잡다한 주류지식] - 막걸리(삼양주) 2편 덧술1
2022.11.17 - [잡다한 주류지식] - 막걸리(삼양주) 3편 덧술2
숙성 상태
12월 4일. 단감 막걸리를 걸렀다. 찹쌀막걸리와 멥쌀 막걸리는 3주 숙성 예정이라 다음 주 12월 10~11일에 거를 예정이다.
2차 숙성기간 18일째. 쌀이 다 가라앉고 위에 맑은술이 떠서 걸렀다.
14일이 되기 전에 술이 떴는데 시간이 없어서 주말에 거르느라 며칠 더 숙성되었다.
옆에서 보면 위에 술이 떠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식탁으로 들고 오다가 많이 흔들려서 조금 뿌옇게 되었다..
위에서 보았을 때도 쌀 일부와 수분이 빠진 단감이 남은 것을 볼 수 있다.
내 생각으로는 단감을 넣었기 때문에 발효가 조금 빨리 된 것 같다. 껍질을 제거한 단감이라 할 지라도 효모가 분명 남아있었을 테고, 또 단감에 수분이 많았기 때문에 발효 속도가 빠르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쨌든, 18일째 되는 날 단감 막걸리를 걸렀다.
막걸리 거르기
다이소에서 구매한 삼베 주머니에 막걸리를 모두 쏟아 넣었다. 사용한 식기는 모두 끓는 물로 살균을 한 후 사용했다. 삼베 주머니도 한 번 삶아서 냄새를 제거한 후 사용했다.
삼베 주머니가 촘촘해서 그런지 막걸리를 짜내는데 오래 걸린다. 틈새로 부서진 쌀알과 술이 새어 나오고 계속해서 적셔가면서 20분쯤 짜내 주는 작업을 계속했다.
삼양주를 만들 때 술 지게미를 여러 번 짜내 주면 술이 진하고 깊어진다고 해서 계속해주었다.
뽀얗게 막걸리가 잘 나온 것 같다. 지금 이 상태를 원주라고 하는데, 예상 도수는 17~18도로 생각된다. 술 냄새가 매우 강렬하게 코를 찌른다.
살짝 맛을 보니 유산균이 가득한 맛? 약간 옅은 요거트 맛 같기도 한데 단맛이 많이 빠져있고 살짝 새콤한 산미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단맛을 위해서는 조금 빨리 걸러야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성공적인 것 같다.
물을 조금씩 타며 맛을 보면서 도수를 맞춘다.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물을 너무 많이 타면 밍밍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고도수, 중도수, 저도수로 물을 추가해가면서 나누어 만들었다.
고도수는 술 1 : 물 0.5, 중도수는 술 1 : 물 0.7, 저도수는 술 1 : 물 1로 만들어서 마셔보려고 한다.
적당한 맛과 도수를 찾은 후 남은 찹쌀, 멥쌀 막걸리에 적용하려 한다.
나는 병입을 바로 했는데, 적당한 탄산감을 원하면 설탕과 같은 당을 1티스푼 정도 넣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남은 효모가 당을 먹고 이산화탄소를 만든다고.. 나는 나중에 알아서 탄산감이 거의 없는 술을 마셨다.
남은 술 지게미이다. 이것으로 모주를 만들어 먹는다는데 나는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병입 한 막걸리다. 원주로도 병입 했었는데, 막걸리로 먹기 위해 물을 1:1로 섞어서 다시 보관했다.
따라서 저도수 4병, 중도수 2병, 고도수 2병이 만들어졌다.
(쌀 2kg, 감 8개를 사용해서...)
내압 페트병은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한 병에 400원 정도 주었던 것 같다.(페트병 값이 제일 많이 든 것 같다..)
병입 한 막걸리는 1주일 정도 냉장 숙성 후 마실 예정이다.
지게미 활용
남은 지게미는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면, 시중 막걸리를 사와서 한 번 적셔 거른 후 마시려 한다. 이렇게 하면 술지게미의 특유의 맛과 향이 베어 들어서 맛이 난다 해서 시도해 보았다.
맛 비교를 위해 막걸리를 사왔다. 대박 막걸리로 990원이다. 일부로 가장 저렴한 막걸리를 사왔다. 그래야 가장 저렴한 기본적인 맛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막걸리를 술지게미에 부어서 잘 섞어준 후 채로 걸렀다.
왼쪽이 대박 막걸리, 오른쪽이 지게미에 거른 막걸리이다.
한눈에 봐도 색, 농도 차이가 보인다. 대박 막걸리는 하얗고 살짝 반 투명한 느낌으로 농도가 낮아 보인다. 술 지게미로 한번 거른 막걸리는 단감의 주황빛이 조금 나면서 걸쭉해 보인다.
맛으로 비교하자면, 대박 막걸리는 아주 가볍고 탄산감이 있는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 먹는 맛이었다. 거기에 인공감미료의 단맛도 많이 났고. 반대로 지게미 막걸리는 걸쭉하고 도수도 조금 높아진 것 같으며 밀도 높은 질감과 특유의 산미가 느껴졌다. 다만 탄산은 다 빠져버렸지만 말이다.
그래도 진짜 막걸리다운 맛이었다. 아직 감미료 맛이 남아있긴 했지만.. 단감 막걸리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순서가 바뀌었는데 농도 차이가 잔 표면으로 보인다.
왼쪽 지게미 막걸리는 표면에 뿌옇게 남아있는 것이 보이고 오른쪽은.. 투명하다.
이것으로 농도와 질감이 얼마나 차이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12월 8일 시음
막걸리를 거르고 약 4일이 지난 후 시음을 했다. 시음은 저도수로 만든 막걸리와 병입하고 약간 남은 고도수 막걸리를 대상으로 했다.
초점이 조금 나갔다.. 고도수 막걸리로 뿌옇게 잘 나온 것 같다.
아쉽게 탄산감은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단감의 효모 때문에 당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도수가 꽤 높은 듯하였다. 고도수의 깊은 맛을 원할 경우 단감 추가 혹은 장기 숙성으로 만들면 될 것 같다.
맛은 산미가 약간 높고 드라이하다. 단맛을 혀 끝에서 살짝 느껴지는 정도였다. 물을 덜 타서 그런지 도수가 높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단감 맛은 거의 나지 않는다. 색은 약간 주황색을 띠고 있었지만, 맛에서는 단감의 존재를 느끼기 어려웠다. 대신 산미와 약간의 떫은(?) 맛으로 단감을 넣었구나라고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이건 다른 찹쌀, 멥쌀 막걸리도 마셔보면서 비교해 봐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맛이라고 느껴졌다.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고 자연 발효로만 만든 막걸리고 기품 혹은 깊이 있는 맛이라 생각된다. 감미료에 익숙하면 약간 허전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흔들기 전 저도수 막걸리이다. 1주일간 놔두어서 그런지 지게미가 꽤 밀도 있게 가라앉았다.
저도수는 오히려 나에겐 더 마시기 편했다. 살짝은 밍밍한 느낌도 있었지만, 산미도 적당하고 경쾌한 맛으로 막걸리답게 넓은 잔에 벌컥벌컥 마시기 좋다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탄산만 조금 더 있었으면 딱 좋았을 뻔했는데, 막걸리 발효가 이렇게 빠를 줄 몰랐고, 당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아쉽지만 이대로 마시고 다음번엔 더 제대로 만들어야겠다.
혀에 맴도는 약간 단맛, 곡물 맛, 산미 등이 적당하게 느껴져서 기름진 음식이랑 같이 먹기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김치부침개랑 마셨는데, 김치의 매운맛, 부침개의 기름짐이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씻겨나가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매우 만족하면서 마셨다.
마무리
이렇게 단감 막걸리를 거르고, 숙성 후 시음 후기까지 남겨봤다.
생애 처음 막걸리를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지만 그렇게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완성된 막걸리를 맛보았을 때 내가 이 정도의 막걸리를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만큼 맛이 만족스러웠다는 것이다.
단감 막걸리는 몇 병 남겨놓았다가 남은 찹쌀과 멥쌀 막걸리도 걸러서 시음하고 비교해보아야겠다.
참고로 물을 타지 않은 삼양주는 1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고 하다. 도수가 17도 이상되기 때문에 잘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타면 1주일 정도 숙성 후 마셔야 한다고 하니까 기간을 잘 생각해서 만드는 것이 좋겠다.
12월 10일 추가 시음
도수가 꽤 높아서 그런지 반 병 정도 남겼다가 마신다.
탄산이 없으니까 익숙하지 않고 손이 가는 맛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탄산화를 할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냥 탄산수랑 섞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ㅎㅎ
하이볼도 탄산수에 양주를 섞어먹지 않는가. 똑같은 방법으로 탄산감을 가미해서 마셔보았다.
무향, 무가당 탄산수를 사용하기 위해 물, 이산화탄소만 있는 제품을 사왔고, 비율은 막걸리 1, 탄산수 0.5 정도로 섞었다. 이미 도수를 많이 낮춰놓았기 때문에 더 낮추면 밍밍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따로 탄산화를 거치지 않고 원주 상태에서 탄산수를 타 마셔도 될 것 같다. 적당하게 느껴지는 탄산이 있으니 목 넘김과 상쾌함이 더해진다. 더 깔끔하게 느껴지는 맛이다.
콜라나 사이다도 탄산이 다 빠지면 밍밍하고 달기만 하지 않는가. 막걸리도 똑같다. 탄산이 있고 없고 차이가 매우 크게 났다. 적당한 탄산으로 막걸리의 텁텁할 수 있는 맛과 시큼 털털한 맛을 가려주어서 마시가 더욱 편해졌다.
막걸리 탄산화에 실패했다면 이렇게 만들어서 마셔보길 바란다. 매우 매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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