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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후기

은행골 풀코스 후기

by kirion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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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회 초보의 은행골 풀코스 후기

이번 후기는 소소한 후기가 아닌 것 같지만.. 너무 만족하고 먹고 온 음식이라 후기를 남기려 한다.

 

  • 위치 - 은행골 마포점(공덕역 근처에 위치)

 

  • 메뉴 - 풀코스 190,000원, 도로 + 활어 24,000원, 약간의 주류.

은행골 메뉴판

 

우연히 참치회를 먹어볼 기회가 생겼다. 그 전까지 가격도 가격이지만, 나는 참치회가 무슨 맛인지 잘 몰라서 그 돈이면 활어회, 방어회나 고기를 먹자는 주의였기도 하다. 

 

은행골에는 점심 특선 초밥을 먹으러 몇 번 방문한 일이 있었다. 회의 신선도, 감칠맛이나 초밥의 상태가 매우 좋아서 만족했던 기억이 있었지만, 점심으로 먹기엔 가격이 센 편이라 자주 오지는 못했었다.

초밥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에 회도 기대가 되었다.

 

점심에 참치회 풀코스를 주문하니 이모님께서 점심에는 참치 찾는 사람이 없어서 미리 예약해야한다더라. 15분 정도 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기에 먼저 나온 뚝배기 우동, 새우장과 맥주 한잔을 하면서 기다렸다. 우동과 새우장은 평범했기에 따로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일반적인 횟집과 다르게 여기는 스끼다시가 없다시피 하다. 물어보니 그만큼 질 좋은 참치를 쓴다고 하시더라. 기대가 더 된다.

 

15분 정도 기다리니 코스가 시작되었다.

 

가마도로

가장 먼저나온 부위는 가마도로(목살 부분).

두툼하게 썰린 회와 겉표면에 기름기가 보인다. 주방 실장님께서 더 넣어주셨다고 하는데 립서비스인가.ㅎㅎ

일단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참치회 맛을 모른다. 초심자가 참치를 먹고 느낀 점을 적어보겠다.

 

그동안 나는 냉동참치 약간은 사각거리는 혹은 기름져서 비린 맛의 참치를 먹어왔었다. 횟집에 가도 모둠회를 시키면 딸려 나오는 참치를 먹었을 때, 참치 초밥이라고 이름 붙은 뷔페 음식, 하나같이 맛있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씹는 식감을 좋아해서 활어회 위주 광어, 우럭, 참돔, 농어, 전어 가자미세꼬시 등등 식감이 있는 횟감을 좋아한다. 예전에 선어회라고 삼치, 민어 등을 먹었던 적이 있는데 회의 감칠맛을 좋은데 식감이 부족해 갓김치와 마늘 고추를 듬뿍 올려서 먹어야 맛있다고 느껴졌었다. 

그런데 참치회도 식감이 약하지 않는가. 부드럽고 기름진 맛으로 먹는다고 하는데, 은행골 참치 코스를 먹기 전까지 참치회를 잘 못 알고 있었다고 느꼈다.

 

가마살은 적당히 탄력 있고 기름이 풍부하다. 그리고 중요한 비린 맛이 하나도 없다. 와사비를 조금 올려 회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입안에서 그냥 녹어 없어져 버린다. 살은 녹아서 목으로 스르륵 넘어가 버리는데 참치의 진한 기름과 풍미는 입안에서 그대로 남아있다. 피니쉬가 길다고 해야 할까?(^^) 이런 고급 안주를 술 없이 먹을 순 없지. 한 점에 소주 반잔씩. 입에 남은 기름기가 씻겨 나가면서 다음을 준비한다. 

같이 간 분이 김은 안주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하신다. 이모님께서 김은 안 좋은 급이 떨어지는 참치는 비린 맛이 나기 때문에 김으로 감추는 거라고 여기선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다음 나올 부위들이 기다가 점점 높아진다.

 

왼쪽 풀코스에 포함된 초밥, 오른쪽 따로 주문한 활어+도로 초밥

풀코스를 주문하면서 물어보니 초밥이 나오는데 참치나 활어는 안 올라간다고 한다. 그래서 따로 활어 + 도로 초밥을 사이드 메뉴처럼 주문했다. 

 

왼쪽이 먼저 나온 풀코스의 초밥이다. 연어, 계란말이, 새우장 초잡이 나왔다. 워낙 많이 접할 수 있는 초밥들이라 특별함은 못 느꼈고, 밥(샤리)이 아주 보들보들하니 좋았다. 약간의 온기가 남아있어서 입안에서 이질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초밥은 약간은 온기가 있는 상태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보통 밥이 식은 상태로 먹지 않는가. 물론 식어도 맛있지만, 이렇게 바로바로 나온 초밥을 먹는 것이 가장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오른쪽이 주문한 활어 + 도로 초밥(24,000원). 12피스가 나오며 6피스 활어, 6피스 도로로 구성되어있다. 도로는 왠지 쥬도로 부위 같은데 따라 말씀을 안 해주셔서 모르겠다.

활어 초밥도 활어가 맞나 싶을 만큼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았다. 횟집이 아닌 만큼 약간의 숙성이 되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이렇게 숙성이 된 횟감을 초밥으로 먹는 것이 씹을 때 밥알과 따로 놀지 않고 좋은 것 같다. 역시 초밥은 생각했던 대로 맛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해서 초밥을 먹었는데 항상 높은 퀄리티의 초밥을 접할 수 있었다. 

도로 초밥은 앞에 질 좋은 가마도로를 먹고 난 후라 그런가 감동이 조금은 떨어졌지만, 역시 참치답게 녹은 식감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도로가 약간씩 찢어져있는 게 회로 나오는 도로보다는 떨어지는 것 같아서 이런 점은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맛은 굿!

 

 

쥬도로

두 번째 회는 쥬도로. 

역시 도록 초밥에는 쥬도로를 쓴 것 같다. 그런데 회로 나온 오도로를 보면 살결이 일정하고 겉에 기름이 차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초밥과 횟감은 상태가 다른 것 같다. 

횟감의 쥬도로는 살점을 씹는 식감으로 약간의 쫀득함이 있었다. 가마도로보다는 기름기가 덜 했지만, 붉은 살 생선의 고소한 맛과 기름진 맛이 적절히 조화된 것 같다. 역시 몇 번 씹고 있으면 사르르 녹아서 입안에 기름기와 육향이 가득 남아 있다. 같은 참치인데도 가마도로와 쥬도로가 이렇게 다른 맛을 낸다니 신기하다. 

 

쥬도로를 다 먹지 못했는데 세 번째 회가 나왔다.

배꼽살

세 번째는 참치 배꼽살.

방어회를 먹었을 때도 배꼽살이 가장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방어도 기름기가 많고 부드러운 횟감이다 보니 꼬독꼬독 씹히는 배꼽살 부위가 식감, 맛이 가장 좋았었는데, 참치도 역시 배꼽살이었다.

가마도로와 비슷한 색과 기름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끝에 하얀색, 그리고 붉은색 덩어리가 보인다. 위와 아래가 다른 쪽 부위인가 싶을 정도로 맛이 달랐다.

윗 줄은 부드러운 식감과 기름진 맛이 꽉 차 있는데 하얀색 부위가 약간 꼬득이는 식감이었다면 아래는 사각사각과 쫀득함이 같이 들어있다. 배꼽살이 좋은 게 다른 부위는 몇 번 안 씹어도 녹아서 목으로 넘어가 버려 입안에 남는 기름과 풍미로 여운을 느껴야 하는데, 배꼽살은 씹어야 하는 부위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름과 육향을 길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오늘의 베스트는 배꼽살이었다.

 

 

연어 머리구이

 

참치회 코스의 중간으로 연어 머리 구이나 나왔다. 참치회에 비하면 평범. 잘 구운 연어 맛이었다. 

나는 솔직히 입에서 참치 맛을 지우고 싶지 않아서 한 점밖에 안 먹었다. 

 

오도로

네 번째 회 대망의 오도로.

표면에 기름이 줄줄 흐르는 게 보이는가. 기름이 얼마나 많으면 붉은 살 생선이 선홍빛으로 보이는 건지.

오도로는 정말 입에 넣고 세 번 씹으면 사라진다. 너무너무 부드럽게 녹아내리면서 기름을 쭉쭉 뿜어내는 것이 이게 참치 맛이구나라고 이제야 느꼈다. 비릿함? 질겅질겅 함? 단 1도 못 느낀다. 기름의 찐덕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을 꽉 채운다. 금방 녹아버리는 것이 미지근한 아이스크림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얼마나 기름진지 소주로 입을 씻어도 참치 기름과 향이 남아있다. 이제 참치 맛에 눈을 떴다.

조금 아쉬웠던 건 생각보다 얇아서 식감을 느끼기 어려웠단 것? 아무래도 비싼 부위라 그런 것 같다.

 

초밥

회에 이어서 나온 풀코스의 두 번째 초밥

연어초밥은 먼저 나온 초밥이 남은 것이다. 참치 먹느라 다른 초밥을 잘 안 먹는 듯..

 

단새우 초밥과 장어 초밥도 흔하게 많이 볼 수 있는 초밥이라 특별함은 없었다. 장어가 부드러웠다는 것 정도?

하나 특별한 초밥이 있다. 살을 뭉쳐놓은 듯한 초밥인데, 이모님이 이 초밥은 서빙하자마자 지금 바로 드셔야 한다고 얼른 드시라고 강조를 하신다. 그래서 바로 먹었는데, 난생처음 먹어보는 초밥이다. 해동했지만 아직 찬기와 얼었던 부위의 사각함이 남아있는데 입안에 온도 때문에 금방 녹아버리는데 씹을 게 없다. 그냥 부드럽게 풀리면서 진한 육향과 약간의 비릿한 맛이 코로 올라온다. 그리고 살이 꽤 많이 뭉쳐있어서 입안이 기름으로 코팅될 정도였다. 살만 먹으면 과한 육향과 기름 때문에 느끼할 뻔했던 것이 초밥으로 만들어 밸러스가 아주 좋았다. 그래도 소주로 바로 소독(ㅎㅎ)

먹는 동안 이모님이 설명해 주시는데 참치 뼈에 붙은 살을 긁어서 뭉쳐놓은 것을 초밥으로 만든 것으로 신선한 상태 아니면 먹을 수 없다고 하신다. 확실히 조금만 지나면 금방 비린 맛으로 먹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횟감보다는 약간 비린맛이 있다. 

 

 

연어 광어회

다섯 번째는 연어와 광어회

 

마지막으로 서빙된 회이다. 숙성된 연어, 광어회로 감칠맛이 있어 좋았는데... 앞의 참치회의 기름진 맛, 감칠맛, 고소한 맛 등으로 입안을 채운 후 연어 광어라... 이하 말은 생략하겠다.

배도 부르고 사람들이 잘 안 먹더라. 

 

 

여기까지가 풀 코스에 포함된 음식들이었다. 일반 횟집과는 다르게 스끼다시도, 마지막에 탕류도 없다. 오직 참치회와 초밥으로만 구성이 되어있었는데, 이게 오히려 만족감이 높았던 것 같다.

 

보통 횟집에서는 마지막에 매운탕으로 입을 개운하게 씻어주며 마무리를 하는데 이는 회가 주는 비린맛과 느끼함을 없애고 부족한 배를 채우고 온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은행골에서는 질 좋고 수준 높은 참치회와 초밥을 먹었기에 입안에 남아있는 여운을 매운탕으로 씻어내고 싶지 않았고, 4인 기준으로 양도 매우 넉넉해서 아주 배부르게 즐길 수 있어서 탕류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치 맛을 알게 해 준 은행골. 기회가 된다면 좋은 술과 함께 다시 한번 먹고 싶다.

 

재방문의사 매우 매우 높음. 가격을 생각하면.. 기념일에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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