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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주류지식

막걸리(삼양주) 5편 찹쌀, 멥쌀 막걸리

by kirion 2022.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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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 멥쌀 막걸리 거르기

 

2022.11.17 - [잡다한 주류지식] - 막걸리(삼양주) 3편 덧술2

 

드디어 막걸리를 거를 때가 왔다. 3주 하고 3일 즉 24일 동안 알콜 발효시킨 막걸리이다.

처음 막걸리를 만들어 본 것이라 이 기간이 왜이렇게 길게 느껴진지 모르겠다. 성공하길 바라고 바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덧술 2할 때의 재료부터 다시 정리해보자면,

  • 찹쌀 막걸리 : 찹쌀 1.7kg
  • 멥쌀 막걸리 : 멥쌀 1.2kg, 찹쌀 0.5kg

찹쌀은 100%로 사용되었고 멥쌀 막걸리는 찹쌀이 30% 정도 사용되었다.

이 둘의 맛 차이가 기대된다.

 

알콜 발효가 완료된 막걸리

알콜 발효가 된 막걸리(왼쪽 멥쌀, 오른쪽 찹쌀)

왼쪽이 멥쌀 막걸리, 오른쪽이 찹쌀 막걸리이다.

상단에 술이 뜬 게 보인다. 멥쌀은 약간 불투명한 것 같고, 찹쌀은 투명해 보이는데, 쌀이 너무 많아서 술의 바로 아래까지 차있다(..). 다음엔 쌀 계량을 적게 잡아야 할 것 같다. 

쌀을 많이 쓰면 맛있다고 하는데, 그렇기엔 재료값이.. 배꼽이 더 클 것 같다.

맛이 괜찮으면 1kg로 계량해서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왼쪽 멥쌀, 오른쪽 찹쌀

위에서 봐도 찹쌀 막걸리가 더 술이 잘 떠있어 보있다. 멥쌀 막걸리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비주얼이었다..

술을 맛보기 전에 생각하기로는 찹쌀과 멥쌀의 차이도 있겠지만 고두밥으로 했느냐 전기밥솥으로 했느냐의 차이도 있을 것 같다. 전기밥솥으로 하면 밥알이 코팅된다고 해서 고두밥을 추천하나라는 추측을 해본다.

 

향을 맡으면 찹쌀은 술 향이 달콤하게 올라온다. 전혀 거부감 없는 산미와 향긋함이 있었다. 반면 멥쌀은 향이 독하다. 코를 살짝 찌르는 알콜감이 느껴져 머리가 띵하다. 

감막걸리를 거를 때 코를 찌르는 알콜감이 가장 심했다. 맛은 이전 글을 참고 바란다.

2022.12.08 - [잡다한 주류지식] - 막걸리(삼양주) 4편 단감 막걸리

 

막걸리 거르기

본격적으로 막걸리를 걸러보자.

막걸리 거르기

똑같은 반복 작업이라 찹쌀 막걸리를 거르는 사진을 찍었다.

대야와 삼베 주머니를 잘 소독하고 술을 부어 넣는다.

20분 정도 주물주물하면서 지게미를 잘 부셔 술에 녹아들게 해 준다. 이 작업이 제일 고된 것 같다. 삼베 주머니가 굉장히 촘촘해 들고 있어도 술이 잘 안 빠진다. 꾹꾹 손으로 짜내어가면서 술을 빼야 하는데 사방팔방 막걸리가 튀고 난리다..

 

막걸리를 거르면서 드는 생각은 이게 우리가 알던 막걸리의 농도라기보다 액체이지만 약간의 농도가 있는 요플레와 같다. 소스 느낌의 농도 같기도 하고.

 

멥쌀도 똑같이 20분간 꾹꾹 눌러가며 짜내는 것으로 막걸리 거르기를 끝냈다. 이쯤 되면 알콜 증기(?) 때문에 반쯤 취해있는 것 같다.

 

막걸리 원주

왼쪽이 찹쌀, 오른쪽이 멥쌀 막걸리이다.

유리병에 담았는데 크기가 달라서 그렇지 양은 비슷하게 나온 것 같다.

물을 타지 않은 원주 상태로 한 3L~4L 사이 정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도수는 18도를 넘을 테니 최소로 잡고 9도로 낮췄을 때 약 6L~8L의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들어간 재료에 비해 만들어진 막걸리는...

시중 막걸리가 6도 정도임을 감안하면 물을 더 탈 수도 있는데, 그러면 너무 밍밍해진다고 한다.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도수가 조금 높더라도 진하게 마시는 것을 추천하더라.

 

원주 상태로 냉장고에서 2주 정도 더 숙성한 후에 신정과 설날에 맞춰 물을 타 막걸리로 만드려고 한다.

원주는 1년 동안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막걸리가 필요한 시점의 1주일 전 병입 한 후 마시면 될 것 같다.

또한 설탕을 약간 넣은 후 마개를 꽉 막으면 탄산화도 된다고 하니까 기호에 맞게 선택하면 될 것이다.

 

 

시음 후기

갓 만든 막걸리를 시음해보자.

각각 왼쪽이 찹쌀, 오른쪽이 멥쌀

글렌캐런 잔이 찹쌀(왼쪽), 코피타 잔이 멥쌀(오른쪽)이다. 

잔 표면에 묻어 굳은 막걸리 흔적이 보인다. 찹쌀보다 멥쌀의 농도가 더 진해 보인다. 표면에 묻으면 흘러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잔을 돌려봐도 전분 물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꾸덕꾸덕하다.

 

찹쌀 막걸리부터 시음해보자.

먼저 원주 상태로 마셨을 땐 진한 요거트를 마시는 느낌인데 알콜이 엄청나게 느껴졌다. 주정의 쓴맛이 아닌 약간 화하면서 부드럽게 입안에서 맴돌고 목으로 넘어간다. 입안에서 막걸리의 잔여감이 길게 느껴진다. 마치 코팅된 것처럼 자동으로 쩝쩝거리게 되는 느낌이었다.

플레인 요거트와 비슷한 결의 단맛이 아주아주 풍부하고, 유산균이 가득한 느낌이었고 산미가 적절하게 있어서 단맛과 산미의 조화가 좋았다. 그런데 농도가 너무 걸쭉하다보니 원주 상태로 마시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물을 타 농도를 낮췄는데도 단맛이 그대로 남아있다. 탄산이 없는데도 약하게 톡 쏘는 맛이 느껴지면서 상쾌하게 느껴진다.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고 김 빠졌을 때와 비슷한 느낌인데, 농도와 맛의 깊이가 완전하게 다르다.

찹쌀의 진한 단맛, 알콜의 깊은 맛, 산뜻한 청량감까지 아주 맛있는 막걸리가 만들어진 것 같다.

물을 1대 1 이상으로 타면 밍밍해질 것 같아서 조절해야겠다. 탄산화까지 하면 더욱 기대되는 맛이다.

 

 

멥쌀 막걸리 차례.

농도는 훨씬 더 진하다. 단맛도 꽤 진하다. 그런데 찹쌀의 당도와 전혀 다른 단맛이다. 그리고 산미가 조금 더 강하다. 새콤한 산미가 단맛을 약간 가리는 느낌이다. 왜 찹쌀 막걸리가 단맛이 더 난다는 건지 알 것 같다. 찹쌀을 일부 섞어서 달긴 하지만, 찹쌀 100%의 단맛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맛은 찹쌀에 비해 깊이가 조금 부족하다. 충분히 깊이 있고 만족스러운 맛이지만 둘을 같이 놓고 비교하니 극명하게 갈린다.

찹쌀이 오리지널 당도의 요거트라면, 멥쌀은 저당 요거트, 그릭 요거트와 같은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산미가 지배하고 있다. 2분에 1 설탕 제품 같은 느낌.

물을 탔을 때는 산미가 좋은데 단맛이 조금 약해졌다. 시중에서 파는 막걸리와 유사한 느낌으로 희석되는 것 같은데, 인위적 단맛이 아니라 부드럽게 느껴진다. 

찹쌀과 비교해서 그렇지 멥쌀 막걸리도 충분히 시중 막걸리와 비교 불가의 깊이와 맛을 가지고 있다. 

 

시음 결과 왜 막걸리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지 알 것 같다.

탄산이 없어도 목 넘김이 예술이다. 굉장히 부드럽고 거부감이 없는 술이 되었다. 막걸리를 큰 잔에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셔야 할 것 같은 고급짐이 느껴진다.

 

이렇게 보면.. 감막걸리는 실패인 것 같다..ㅎㅎ

 

지금은 바로 거른 술을 맛본 것이라 안정화가 조금 덜 되어있는 상태인데도 이 정도로 맛있게 느껴졌는데.. 냉장고에서 숙성하고 맛보면 또 어떨지 궁금하다.

숙성 후 다시 맛보면서 또 평가 남기겠다.

 

오늘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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